[기획-울산 ‘곤충생태 보고’ 가능할까]-(하)전국 최초 멸종위기종 곤충 보호센터 건립 첫발‘숲속의 작은 친구들’ 비단벌레 복원증식 ‘성공’6년간의 치열한 사투 끝 국내 첫 산란 · 알 공개멸종위기종 곤충 보호 … 지역경제·환경적 가치↑간절곶 공원 최적…울산국제정원박람회 시너지
지난 5월 성충으로 우화한 비단벌레 공시충.
지난 5월 성충으로 우화한 비단벌레 공시충.
천연기념물 496호 이자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인 비단벌레 첫 증식에 울산지역 사회적기업인 '숲속의 작은 친구들'이 성공했다.
특히 인공 환경 상태의 비단벌레 산란 장면과 산란한 알을 공개한 것은 국내 최초라고 밝혀 상당한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성공으로 국내 최초 '멸종위기종 곤충 보호센터'를 건립하겠다는 숲속의 작은 친구들의 목표에 청신호가 들어왔다. 올해 20주년을 맞이한 '에코폴리스 울산 선언'과 오는 2028년 개최가 유력한 '울산 국제정원박람회'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숲속의 작은친구들이 지난 3월 밀양 표충사 일원에서 확보한 비단벌레(애벌레) 공시충.
이용화 숲속의 작은 친구들 대표에 따르면 국내종 비단벌레는 주로 따뜻한 남부지방에 서식한다. 활엽수 고사목에서 영양분을 섭취하며 통상 2~3년가량, 서식 환경이 좋지 않으면 길게는 5년 이상 유충으로 시간을 보낸다.
그동안 비단벌레의 유충이 어떻게 성장하는지 잘 알려지지 않았고, 성충도 20m 이상 높이의 나무 꼭대기에서 살고 주 활동 시간대도 한여름이어서 그동안 눈에 잘 띄지 않았다.
이 때문에 서식지 인근 농가에서 뿌려지는 농약과 행정당국 등의 발 빠른 고사목 처리 등으로 서식지가 줄어들었다.
(왼쪽부터)지난 4월 24일 공시충이 번데기가 된 모습. 번데기가 된 공시충이 우화하는 모습. 공시충이 번데기에서 성충으로 우화한 모습.
공시충 6개체 모두 성충으로 우화.
숲속의 작은 친구들은 밀양 표충사 일대에서 비단벌레 서식지를 발견한 이후 6년간의 연구와 모니터링을 거쳤고, 올해 3월 15일 애벌레 상태의 공시충(실험재료로 쓰이는 곤충) 확보를 시작으로, 3개월 만인 지난 6월 20일 공시충 산란을 포착했다. 그리고 지난 4일 공시충이 산란한 알에서 깨어난 유충을 확인했다.
지난 6월 15일 공시충 첫 교미 장면.
공시충은 암컷 3개체, 수컷 3개체였다. 암컷은 통상 10~15개가량의 알을 낳고, 4번의 산란을 한 뒤 생을 마감하는데, 인공 사육장에서 총 12개의 알덩이를 확인했다. 올해 최소 100개체 이상 증식에 성공한 셈이다.
이용화 대표는 이번에 증식된 개체가 성충으로 우화하면 10개체는 자연 방사하고, 나머지 개체는 추가 증식 작업을 진행할 예정이다. 자체 개발한 곤충 생육 향온기를 활용해 조성한 인공 환경에서 키우면 동면기 등 유충의 비활동 시간이 대폭 줄어, 내년 5월 성충으로 우화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에는 1,000~2,000개 가량의 알을 확보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6월 20일 공시충이 첫 산란한 알.
지난 4일 인공 증식을 통해 산란한 알에서 나온 유충.
#국내 최초 멸종위기종 곤충 보호센터, 울산·기업 지원 절실
이용화 대표는 멸종위기종 동물의 증식·복원 지원에 비해 곤충은 상대적으로 관심이 떨어지는 것을 안타까워했다. 이에 구상한 것이 '멸종위기종 곤충 보호센터' 건립이다.
앞서(본지 2024년 4월 16일 1·3면) 보도한 바와 같이 비단벌레는 단순한 멸종위기 곤충이 아니라 신라시대 왕족이 사용한 장신구나 말안장 등 유물에 사용된 곤충이다. 역사 고증뿐만 아니라 경제적 활용 가치도 높다. 숲속의 작은친구들은 증식이 안정적으로 진행되면 방사와 함께 경주 문화재 관련 기관에 비단벌레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발생하는 수익은 다른 멸종위기종 곤충을 증식하는데도 쓰일 예정이다. 현재 숲속의 작은친구들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두점박이사슴벌레, 물장군, 물방개 증식사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 비단벌레 증식 성공을 통해 멸종위기종 증식·복원 사업을 확장하는 등 센터 건립의 초석을 다지게 됐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중립에만 치우쳤던 기후위기 대응의 패러다임이 '생물다양성 보전'으로 확장되고 있는 시점인데, 이제는 울산시 등 지자체와 기업들의 전폭적인 지원사격이 필요하다.
이 대표는 최소 500억원 규모의 센터를 구상하고 있다. 멸종 위기 야생동식물 1급 붉은점 모시나비 등이 서식하는 충북 영동군은 100억 규모의 곤충 생태 체험연구관을 건립중이다. 이와 간접 비교했을 때 다양한 종의 멸종위기종을 연구하고 증식·복원하려면 최소 5배가량이 적정하다고 봤다.
당장 비단벌레만 하더라도 숲속의 작은친구들이 현재 보유한 시설에서는 1,000~2,000개체 사육까지 사육이 가능한 상황이다. 증식이 계획대로 진행된다면 내후년에는 추가적인 시설이 필요하다. 이와 관련해 울산시는 교육, 증식시설 등에 대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의중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기업들은 대부분 지자체와 시민사회단체 활동에 비용을 지원하는 형태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울산시와 함께 센터 건립에 동참한다면 '국내 최초 멸종위기종 곤충 보호센터 건립'이라는 울산형 ESG 시스템 구축의 대표 사례를 남길 수 있다.
# 세계 최대 식물원…곤충과 안성맞춤
취재진이 이용화 대표와 대화를 통해 생각해본 최적의 후보지 중 한 곳으로 간절곶 공원이 꼽혔다.
울주군은 간절곶 공원에 열대림, 지중해림, 사막림 등 전통적 실내 온실과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등 ICT를 적용한 디지털 식물원을 합친 하이브리드형 세계 최대 규모 식물원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 3만9,000여㎡ 부지에 700억원 규모로 추진중이며 오는 11월 용역 결과가 나오면 2028년 준공이 목표다.
인근에 멸종위기종 곤충 보호센터가 들어서면 서로 '윈윈'할 수 있을 것으로 본 것이다.
2028년 개최 예정인 울산국제정원박람회와의 시너지도 기대된다. 꽃과 나무가 있는 곳에 방문객들이 볼 수 있는 곤충까지 구비된다면 박람회가 더 풍성해 질 수 있다. 혹 현장에 접목이 어렵더라도, 비슷한 시기에 맞춰 센터가 개관하면 2028년을 공해도시라는 오명을 벗고 생태도시로 거듭나기 위해 선언한 '에코폴리스 울산'의 새로운 미래를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용화 대표는 "비단벌레를 비롯해 자연에서 쉽게 볼 수 없었던 멸종위기종 곤충들을 미래 세대는 쉽게 보고 자랄 수 있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상아 기자 secrets21@iusm.co.kr
출처 : 울산매일 - 울산최초, 최고의 조간신문(https://www.iusm.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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